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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아래 꽃잎의 기억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11-07 16:06 조회502회

본문

신인추천작품상(K-POEM) 

 

 

 

     
    
 

 

 

   수면아래 꽃잎의 기억

          

    김은영 

 

 

 

어둠의 바다로 미끄러져 가는 것을 누구도 잡지 않았다

깊이를   없는찝찔한 것들이 모여 사는 

원형의 동굴

깊은 바다를 떠도는 혹등고래도  무리 중의 하나

거대한 육신바다와 한 몸인 듯

물의 중력 아랑곳없이헤엄쳐 나아 간다

아스라한 물 천정에 출렁이는 파도쯤이야

어느 저녁

깊은 바다 동굴, 눈 내리는 가로등 아래서

첫 키스

수면 아래 분홍빛 말랑한 그녀의 혀가

왠지 자신의 연약한 붉은 심장의 살을 닮았을  같아서

그녀와의 이별을 준비한 혹등고래

나지막이 경적을 울리며 오고 있다

 

가끔 밤바다를 헤엄쳐 혼자 집으로 돌아가는 고래를 본다

깊은 바다, 원형의 동굴에 눈이 내린다.

 

 

 

 

나비도감 

 

 

사는 게 나비 꿈같다고 누군가 중얼 거렸다

 

급하게 돋아난 백발의 날개

접었다 펴고

펴면서 날아

그 사이 내일은 저만치 흘러

또 한 번 여름꽃으로 흐드러지게 피었다

시골처녀 혼자 앓던 짝사랑

벅찬 주홍빛으로 스며들었다

꽃이 음미하는 날개는

나비가 아니라 나비의 전생

꽃도 나비도 서로의 귀를 맞대고

전생에서 젖었던 날개를 말리고 있다

푸른부전나비 날개를 고요히 들여다보면

생의 주기기록을 다시 써야만 할 것 같다

번데기였던 전신은 없었다고

푸른 물 뚝뚝 떨어지는 새벽하늘에서

검푸른 날개 파닥이며

나비, 날아서 왔다고

짧은 해 여투어 날던 가을 산비탈

산제비나비 날개 빛으로 오래 형형하다

하루를 살았던 나비이거나

백 년을 살았던 사람이거나

더도 덜도 아닌 꿈같은 일생

 불로 날아 날개가 타버린

부나비 날개 기록은 아직 찾지 못했다

날았던 흔적 어디에도 없지만

뜨거움을 향해 날아간 자멸의 아픈 시간 가늠만 해볼 뿐

일상은 내려앉지 못하는 날개의 습성으로 바람보다 빨리 사라지고

나비도감으로 날아 들어간 낡은 시간이

다음 생에서 입을 날개를 고르고 있다.

 

 

 

 

 

 셀카 (selfie)

 

소멸을 예고했던

다시 만난 그의 코트자락은 푸르게 빛났다

탐나 보이는 코트자락을 잡으려 팔을 뻗어도 꿈인 듯 짧았다

다가가면 사라졌다

잡을 수 없는 것들이 푸르렀다

푸른 것들은 멀었다 

 

들끓던 꿈이 사라진 오전 7

지금은 차가운 회색 도시

모닝커피에서 한 줌 온기를 빌려

화장을 한다

휴대폰 카메라를 얼굴 앞으로 들어 올린다

완성 되어가는 나

은영아!

가끔 누군가 낯선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나는 원래 은영이 아니다

갖고 싶은 걸 갖지 못하여

버릴 수 있는 건 모두 버렸다

버린 이름이 자꾸 엉겨 붙는다

 

하이힐로 커진 키에

Ctrl+C로 구한 푸른 코트를 걸친다

새로 생긴 이름은 콘크리트 사이로 이소 준비를 마치고 

45도 각도로 들어올린 카메라

착각

계속 셔터를 누른다 

착각, 착각

 

마침내 카메라의 갤러리를 연다

수많은 은영의 얼굴에 찍힌 착각

갤러리를 비운다

내일 다시 찍어야지~ㅎㅎ.

 

 

    
 

 

 

 

  심사평 

 

 

 

 

 

     김은영의 시세계 

 

              -김석준 글

 

 

 

      
 

 

   현대시가 점점 더 난해해지고 있다. 그것은 필연이고 시가 처한 처절한 운명이다. 까닭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시말의 도정이 시문학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난해함과 죽음이라는 운명의 수레바퀴는 시가 안고 있는 본래적인 숙명이다. 수전 손택이 해석에 반대한다에서 말한 것처럼 새로운 예술의 형식은 언제나 해석을 거부하는 저항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때론 자기만의 상징의 숲에 은거한 채 독해되기를 거부하면서, 때론 시인 스스로가 아방가르드적인 전위의 모델이 되어 시대를 선도하면서, 시예술은 점점 더 읽히지 않는 문학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마치 해롤드 불룸이 시적 영향과 불안에서 말한 것처럼, 선배 시인의 위대함을 넘어서기 위해 후배 시인들이 새로운 언어의 탑을 축조하기 위해 행하는 일련의 실험들은 새로운 시형식을 창조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의 결과이다. 말하자면 후배시인의 난해함은 시가 가진 실험성의 극단적인 한 양상인데, 이는 앞선 세대와 결별하기 위한 최선의 방책이다. 최대한 언어를 압축 전치하고 또 시말을 낯선 풍경 속에 위치시키는 것만이 새로움을 표상하는 내용과 형식이라 간주된다. 클리셰의 거부 혹은 시말 혁명의 신기원.

시의 죽음이라는 언명 속에 내재한 난해함이라는 치명적인 사태는 당면한 시의 운명이고 필연처럼 간주되지만, 다시 말해서 새로움을 추구하는 시의 당연한 결말이지만, 그러나 새로움을 추구한 대가는 일반대중 독자를 잃게 되는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하게 된다는 점이다. 조종이 울린다. 아니 종국에는 앨런 커넌이 문학의 죽음에서 말한 것처럼, 시의 죽음을 선언하는 비보를 온 세상에 선포하게 될지도 모른다. 조종은 울려 이 세상에 시라는 유물이 아카이브에만 존재하며 더 이상 읽히지 않는 사어임을 공포하게 된다.

아무도 시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는다. 사치와 향락에 빠져 감각의 제국을 건설할 뿐만 아니라, 더 이상 시가 자본의 대항마가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을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아니 역으로 현대 자본의 이념에 유일한 안티테제로 존재했던 시예술의 죽음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소멸의 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이 절멸의 길은 시의 천국이라 명명되는 한국의 시단에 공공연하게 뿌리 내린 암세포이자, 불행하게도 거의 치유가 불가능하게 된 게 작금의 현실이다.

분명 표면상으로 볼 때 한국의 시단이 풍요롭고 다양한 시적 실험이 가능한 르네상스인 것만은 부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보들레르 이후 현대시가 점점 내밀한 의식세계에 침잠하거나 자기만의 고유한 상징에 매몰되어 결국에는 전혀 독자로부터 사랑받지 못한다는 사실 또한 부인되지 않는다. 주류라고 표명되는 시인들의 작품이 과연 읽히는 시인가?

시가 항상 영혼의 등불을 밝혀주는 심혼의 언어임을 기원해본다. 만해와 지용, 혹은 동주와 육사 사이 어디쯤에서 시의 진정성을 회의해본다. 결국 시란 타자와의 소통하는 내적 독백의 전언이 아니겠는가? 더 나아가 타자와의 소통하는 것은 물론, 이 세계를 비판하는 최후의 보루가 시의 정신에 함의된 이념인 한, 그것은 인륜성을 지속시키는 최후의 보루로 남아있어야 한다.

정갈했다. 생과 사의 어디쯤을 배회하고 인간학에 대한 숙명을 응시한다. 무엇인가를 응시하고 관찰·탐구하면서, 존재의 비의와 마주서게 된다. 아마 그것은 백 년 동안의 고독한 인생사이거나 생에의 아픈 기억을 더듬는 아련한 숙명의 어디쯤일 것이다. 필치가 난삽하지 않고, 투명하게 시상을 전개하는 태도를 높이 사고 싶었다. 금번에 등단작으로 뽑은 김은영의 나비도감2편은 언어가 가진 기본 품위를 전혀 훼손하지 않으면서, 삶과 존재 사이의 거리를 따스한 감성의 언어로 포괄하고 있다. 말하자면 김은영은 호접몽 우화 속에 내포된 알레고리를 존재의 여율로 공명시키면서 삶과 죽음 사이의 거리를 봉합하고 있다.

때론 태고적 신화에 응결된 원형적 사유를 시말이 지향해야만 하는 궁극적인 가치라고 생각하면서, 때론 현대성에 포획된 21세기 문화의 징후를 가볍게 터치하면서, 김은영은 자신만의 고유한 어법을 체득해가고 있다. 호흡은 안정되어 있고, 시말의 운용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워즈워드가 말한 것처럼 감정의 자유로운 유로를 넘나들며 안정된 톤으로 대상과 상호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

현대시가 지향하는 새로움은 말과 말 사이에 균열을 파열음으로 기록하는 것이 결코 아님을 명심해야한다. 상생과 조화와 더불어 원형적 사유가 현대시가 성취해야할 하나의 특별한 가치임도 깊이 생각해야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대시들은 말의 극단적인 잔혹극에 다다라 자기 한계를 실험하는 것이 중요한 임무라고 착각하고 있다. 그런데 분명 그러한 현대시의 조류가 지배적임에도 불구하고 김은영은 시간과 기억의 의미를 성찰하면서, 존재의 원형을 기억의 원형으로 재구하고 있다. 진중한 듯 경쾌하고, 명쾌한 듯하지만 이내 존재의 비의를 응시하면서 삶시간세계에 내재한 일련의 서사를 은유와 알레고리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미덕이 돋보여 김은영의 시 수면아래 꽃잎의 기억, 나비도감」「셀카(Selfie)세 편을 당선작으로 내보낸다. 훌륭한 시인으로 성장해 갈 것이라 기대된다. 그리고 현대시의 무모한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한 시세계를 만들어가기를 부탁드린다. 결국 시는 상징과 은유의 아름다운 꽃밭을 일구는 숭고한 행위임을 명심해주기 바란다. K-poem의 식구가 된 것을 축하드린다.

                                                                심사위원 김인희김석준()

 

 

 김석준

시인 평론가

1964년 아산출생

학력: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서울대 국문학석사, 박사,1999시와 시학 ​》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

2001천상병 론〉​으로 시안을 통해 평론가 등단

저서

2003년 평론집 비평의 예술적 지향(시와 시학사)

2010​『무덤 속의 시말(종려나무)

2011미네르바》​작품상

현재: 산업대학교에서 국문학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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