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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분홍/ 이미산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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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07-24 14:55 조회4,56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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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기, 분홍


 

 진달래꽃은 겨울의 화상火傷자국이다

잠시 머무는 저 분홍을 주저의 빛깔이라 부르겠다

 수다스러운 햇살이 분홍의 이마를 어루만진다

유혹하는 바람이 잎맥을 스치며 지나간다

흔들리는 분홍의 아니 아니 혹은

그래그래

 

 아기가 발바닥에 묻혀온 먼 곳의 고백이라 부르겠다

외롭다고 중얼거리는 여자가 거울 앞에서 입어보는 슬릿스커트의 아찔함이라 부르겠다

 

 한 코 한 코 뜨개질로 완성한 머플러, 부드러운 목은 잘 미끄러지므로 도처의 애지중지라 부르겠다

 

 분홍의 숨소리 번져올 때

박차고 나가려는 나와 주저앉으려는 내가 부딪쳐 어정쩡한 자세로 시들어버리는 계절

사라지는 흰빛이거나 남겨지는 붉은색이거나

수많은 봄을 다 삼키고도 머뭇거리는 안개

 

 주저가 주저의 손을 이끄는 자세로

해마다 분홍은 내 곁을 지나가고

 

 그 사실도 모른 채

나는 또 먼 산 바라본다 아프지 않은 상처 또 매만진다

어떤 숨소리 쪽으로 몰래 기댄다

분홍이 다녀가듯이

 

―시집 『저기, 분홍』2015. 현대시학

 

           이미산 시인  

경북 문경 출생.

2006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으로 『아홉시 뉴스가 있는 풍경』

『저기, 분홍』

동국대 문예대학원 문예창작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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