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수다는 다정해서 슬쓸해/이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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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6-01-17 17:49 조회95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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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수다는 다정해서 쓸쓸해』
https://store.kyobobook.co.kr/person/detail/1108984001 교보문고
다정함이라는 이름의 집단적 고독
이미산의 시집 『우리의 수다는 다정해서 쓸쓸해』는 ‘우리’라는 관계의 온기와 그 안에 잠복한 고독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시집이다. 시인은 개인의 감정을 고백하는 대신, 언제나 복수형의 화자를 호출함으로써 감정의 주체를 분산시키고, 그 분산된 자리에서 오히려 더 깊은 쓸쓸함을 길어 올린다. 다정함은 이 시집에서 위안이기보다 상실을 견디기 위한 윤리에 가깝다.
이미산 시집
이 시집의 미덕은 사소한 일상적 이미지들을 정교한 사유의 장치로 확장하는 능력에 있다. 과자, 버스 손잡이, 시계, 편의점, 나무와 꽃 같은 소재들은 감각적 친근함을 유지한 채, 시간·기억·여성의 생애·관계의 비가역성 같은 주제로 이행한다. 특히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언니’, ‘아이’, ‘엄마’, ‘여자’의 형상은 개인사가 아니라 세대와 성별을 가로지르는 집단 기억의 표식으로 기능한다.
문체는 과잉을 경계하면서도 이미지의 밀도를 잃지 않는다. 은유는 설명되지 않고, 감정은 결론에 도달하지 않은 채 여백으로 남겨진다. 그 결과 이 시집은 읽히기보다 머무르게 하는 시집이 된다. 독자는 이해하기보다 동조하고, 해석하기보다 함께 앉아 수다를 나누는 위치로 초대된다.
『우리의 수다는 다정해서 쓸쓸해』는 관계의 실패나 상처를 극복의 서사로 봉합하지 않는다. 대신 끝내 봉합되지 않는 상태 그대로를 윤리적으로 보존한다. 이 시집이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 이유는, 바로 그 미완의 태도에 있다. 다정함이 쓸쓸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시인은 알고 있고, 독자 역시 읽는 동안 서서히 알게 된다.
이미산 : 2006년 《현대시》 등단
시 집 : 『아홉시 뉴스가 있는 풍경』
『저기, 분홍』
『궁금했던 모든 당신』
『우리의 수다는 다정해서 쓸쓸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