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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원/물푸레 동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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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2-05 21:48 조회4,23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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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푸레 동면기

    

               이여원

 

 

물푸레나무 찰랑거리듯 비스듬히 서 있다

양손에 실타래를 감고 다시 물소리로 풀고 있다

얼음 언 물에 들어 겨울을 나는 물푸레

생각에 잠긴 척

바위 밑 씨앗들이 졸졸 여물어가는 소리를 듣고 있다

얼룩무늬 수피가 물에 닿으면 물은 파랗게 불을 켰었다 바람은 지나가는 분량이어서 몸 안

에 들인 적 없고 팔목을 좌우로 흔들어 멀리 쫓아 보냈었다

손마디가 뭉툭한 나무는 실을 푸느라 팔이 아프다

나무의 생채기에 서표(書標)를 꽂아두고

녹아 흐르는 물소리를 말린다

푸른 잎들은 물속 돌 밑에 들어 있고

겨울 동안 잎맥이 생길 것이다

추위가 가득 엉켜 있는 물가, 작은 샛길이 마을 쪽으로 얼어 미끄럽다

빈 몸으로 서 있는 겨울나무들

모두 봄이 오는 방향 쪽으로 비스듬 마중을 나가 있다

날짜를 세는 가지는 문맹(文盲)이다

개울이 키우고 있는 것이 물푸레인지 물푸레가 키우고 있는 것이 개울인지 알 수 없지만

나뭇잎 하나 얼음 위로 소금쟁이처럼 떠 있다

                

 

 

 

이여원 시인

 

201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등단

2015년 시흥문학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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