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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를 찾아서 /쉼보르스카-감상, 송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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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1-20 11:22 조회3,430회

본문

단어를 찾아서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솟구치는 말들을 한마디로 표현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떻게?

사전에서 훔쳐 일상적인 단어를 골랐다.

열심히 고민하고, 따져보고, 헤아려보지만

그 어느 것도 적절치 못하다.

가장 용감한 단어는 여전히 비겁하고,

가장 천박한 단어는 너무나 거룩하다.

가장 잔인한 단어는 지극히 자비롭고,

가장 적대적인 단어는 퍽이나 온건하다.

그 단어는 화산 같아야 한다.

격렬하게 솟구쳐 힘차게 분출되어야 한다.

무서운 신의 분노처럼.

피 끓는 증오처럼.

 

나는 바란다. 그것이 하나의 단어로 표현되기를.

고문실 벽처럼 피로 흥건하게 물들고,

그 안에 각각의 무덤들이 똬리를 틀기를,

정확하게 분명하게 기술하기를.

그들이 누구였는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지금 내가 듣는 것,

지금 내가 쓰는 것,

그것으론 충분치 않기에.

터무니없이 미약하기에.

우리가 내뱉는 말에는 힘이 없다.

그 소리는 적나라하고, 미약할 뿐.

온 힘을 다해 찾는다.

적절한 단어를 찾아 헤맨다.

그러나 찾을 수가 없다.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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