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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는 둥글다/ 김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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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2-18 12:50 조회3,51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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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는 둥글다

 

              김희숙

 

      

한계 속도를 표시한 표지판은 둥글다

규정 속도를 벗어나 달리다 보면

딱 마주치는 부릅뜬 눈 같은 것

서둘러 속도를 줄이는 이 다급한 관계는

어떤 시속의 속력을 두고 있는 사이인가

 

사람의 눈에는 각자

다른 속도가 있다

시속의 빠름으로 다그치는 눈빛

그때마다

뒤로 물러서는 속도가 있다고 믿지만

그것은 주춤거림으로 당신을 지나칠 뿐이다

 

속도와 속도가 맞붙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같은 속도로 맞부딪는 순간

거친 반동을 잡고 휘몰아치는 각자의 폭력

서로의 실체가 쭈그러진

관계가 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파편이 튀고 연기가 나고

우리는 잠시 눈물을 흘렸던가

혹은 비명을 질렀던가

빠른 것들이 숨는, 관계가 있다

 

우리는 각자 눈 속에 속도를

숨기거나 들키며 살지만

부릅뜬 그 눈 속으로 들어가거나

내 눈 속에 넣고

조용히 눈감고 있는 것이다.

 

                                                         『곡물의 지도』 중에서

 

 

 김희숙

 

광주 광역시에서 출생햇고

전남여중, 고등학교, 간호대를 졸업했다.

2011년 월간 시와표현 신인상으로 등단해서

2012~2016까지 시와표현 편집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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