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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흘러가는 저 가을강에/ 김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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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06-23 11:35 조회5,085회

본문

높이 흘러가는 저 가을강에

 

 

 

강이 시작될 때 내 몸이 시작되었고

강이 언어를 얻었을 때 함께 언어를 얻었다

그 뜨거웠던 여름도 지나가고

높은 아파트의 그림자가

희미한 옛 사랑처럼 무심히 누워 있는 가을 저녁의 강물

바람에 흔들리는 강아지풀들이 말없이

아무런 이유 없이 등보이고 돌아서는 여름에게 팔을 흔든다

​

청춘은 뜨거운 열병처럼 지나가고

뜨거워진 가슴과 머리 식힐 시간도 없이 흘러온 가을 강

그 강가의 둑길을 걸으며 잊혀졌던 언어들이 아스라이 밀려온다

내가 사랑했던

사랑하지 않았던 모든 언어들을 이끌고

가을 강에

높이 흘러가는 저 가을 강에 흘려보낸다

​

그 강가의 둑길에

이제는 가버린 사랑을 가을 강에 깊이 눕혀둔

눈빛 순한 사람들이 아침마다 산책을 하고

노랗게 희끗 무심의 물이 벤 강이지풀들은 여전히

바람에 흔들리고

흔들리는 시간들 강물에 흘려보낸다 멀리 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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