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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저녁의 시/ 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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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06-23 11:58 조회3,978회

본문

겨울저녁의 시

 

 

 

 

1

저녁마다 우리집엔

안개와 함께 낯선 손님이 찾아온다

허름한 옷차림의 그는 먼 나라의 이상한 소식을 하나씩

전해준다

잎새들이 가로지르는 텅 빈 하늘엔 간혹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알리는 상형문자가 나타났다

사라지고

지평선은 푸르름을 지우며 조금씩 가라앉는다

가 잔잔한 음성으로 말한 것들이 모두 땅거미 속으로

스며들고 나면 아무것도 없는 집은 정적으로 붐빈다

 

2

겨울, 대지의 관이 닫힌다

서리 내린 길 위를 허기진 개들이 어슬렁거리고

해시계는 더 이상 마을로 가는 길을 가리키지 않는다

죽은 자의 눈꺼풀은 쓸어내리며 다가오는 빙하기의

어둠

휜 송이들이 몰려와 내 의식의 빈터에 쌓이는

나는 유리창 옆에 서서

어둠 저편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그를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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