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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목/ 목소리가 사라진 노래를 부르고 싶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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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2-01 17:30 조회4,28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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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가 사라진 노래를 부르고 싶었지

 

      

목소리처럼 사라지고 싶었지 공중에도 골짜기가 있어서, 눈이 내리고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서 하얗게 사라지고 싶었지

눈은 쌓여서

한 나흘쯤,

그리고 흘러간다 목소리처럼, 그곳에도 공터가 있어서 털모자를 쓰고 꼭 한 사람이 지날 만큼 비질을 하겠지 하얗게 목소리가 쌓이면, 마주 오면 겨우 비켜서며 웃어보일 수 있을 만큼 쓸고

서로 목소리를 뭉쳐 던지며 차가워, 아파도 좋겠다 목소리를 굴려 사람을 만들면,

그는 따뜻할까 차가울까

그러나 사라지겠지 목소리 사이를 걷는다고 믿을 때 이미 목소리는 없고, 서로 비껴서고 있다고 믿을 때 빙긋, 웃어보인다고 믿을 때 모자에서 속절없이 빠져버린 털처럼 아득히 흩날리며 비질이 공중을 쓸고 간다 목소리를 굴려 만든 사람이 있다고 믿을 때……

주저앉고 말겠지 두리번거리며

눈사람처럼

제발 울지는 말자, 네 눈물이 시간을 흘러가게 만든다 두 갈래로 만든다

뺨으로 만든다

네 말이 차가워서 아팠던 날이 좋았네

봄이 오고

목소리처럼, 사라지고 싶었지 계절의 골짜기마다 따뜻한 노래는 있고,

노래가 노래하는 사람을 지우려고 하얗게 태우는 목소리처럼,

한 나흘쯤 머물다

고요로부터 고요에까지 공중의 텅 빈 골짜기를 잠깐 날리던 눈발처럼 아침 공터에서 먼저 녹은 자신의 몸속으로 서서히 익사하는 눈사람처럼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흘러가고 싶었지

그러나 그건 참 멀다, 고개 들면 당인리발전소 커다란 굴뚝 위로 솟아올라 그대로 멈춰버린 수증기처럼 목소리가 사라진 노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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