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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꽃집 / 김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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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1-02 19:40 조회3,733회

본문

행복꽃집

 

 

 

미필적고의다

예금통장을 깨고 백련시장 끼고 돌아 나왔는데도

또 은행 있는, 어지럽고 빽빽한 골목길

설혹 혐의 없더라도 이건 분명 생의 농간

눈자위 꾹 눌러 차분히 생각하자,

마침 보이는 간판이 무슨 구원이랍시고

늘 건성 지나쳤던 귀퉁이 꽃집문을 젖히고

어쭙잖게 아는 꽃 몇 송이 고르고

내 길 물어볼 요량이려다

덜컥 사버린 꽃

 

받는 분이 남자예요, 부럽네요

빨강 장미에 야무지게 맺힌 초점으로

대강 아, 네 대답해버리고

빨강 장미와 분홍 리시안셔스 미색 소국 한 다발 그리고

어설픈 남자손이 같은 동작으로 엮이고 왕복하는 걸 구경한다

주인장이 아닌가 첫 장사집인가

꽃포장지 한참도 부스럭대다 포개질 때

내동 보고도 못 본 양 등 돌려 소실점 끝을 찾는다

어디서 대바람이라도 부나,

유리문 밖이 참 멀리도 느껴진다

 

꽃들에겐

이만어치로 거꾸러지고 한데모인

꽃사연이 비장일 법도 한데

꽃포장지가 꽃을 감싸도는 시간은 퍽도 화평하다

본인은 좋지만 그 남자분도 생각해야 한다며

빨강 리본 떼고 얌전한 연둣빛 리본을 매준다

부러 칠칠치 못하게 길 잘못 들고 싶은 날

후덕하고 촌스럽게 포장한 남자에게

도로 그 한 다발,

빨강 리본 매 건네주고 싶은 날

 

 


 

김윤이

 

200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흑발 소녀의 누드 속에는,독한 연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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