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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옷/ 정용화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2-12 07:46 조회4,271회

본문

물의 옷

 

    정용화​

                                 

​

 

달 속에 배냇옷을 숨겨둔 적이 있다

 

나무 하나 남기지 않겠다는 듯

밤이 서둘러 어두워질 때

방금 물에서 건져 올린 수평선을

둥글게 말아쥐고 보름달이 뜬다

 

전생에서 이생으로 건너오는

영혼을 위해 최초로 만들어지는 옷

그 배냇옷을 만들기 위해 달은

날마다 바닷물을 길어올려 천을 짓는다

 

명주실을 한 올 한 올 풀어

밀물과 썰물을 엮어 짠 물의 직물

배냇옷이 하나씩 완성될 때마다

둥글게 부풀었다 작아지는 달

 

배냇옷이 하얀 것은 달빛이 배어든 흔적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달 속에 맡겨둔

물의 옷을 찾으러 가는 여정이다

이생을 다하고 다음 생을 건너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물로 지은 옷이 필요하다

 

오늘도 물의 옷을 지으려고

밤하늘에는 달이 빛의 실타래를 풀고 있다

 

 

​

 

 

정용화

 

2006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당선

『흔들리는 것은 바람보다 약하다』

『바깥에 갇히다』

『나선형의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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