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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연민

겨울궁전/ 황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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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08-01 05:31 조회5,23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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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궁전

 

 

아나스타샤, 그대와 나는 얼마나 먼 거리인가

 

혁명의 포연 자욱한 광장 불 꺼진 복도를 맨발로 달려온 그대와

궁전 문밖 기둥 아래에서 잿빛 하늘 한복판 길게 성호를 긋는 새

검은 눈망울에 비친 순간의 빛으로나 다시 조우하였으니

봄 아지랑이 오르는 두엄 밭 복사꽃 분분한

동쪽 먼 나라의 사내로 환생하여 아득한 시간 돌아 나 여기에 왔으니

 

아나스타샤, 그러나 이곳은 아직 길고 긴 동면의 나라

 

제국의 마지막 공주가 어느 곳에 어깨 웅크려 고이 잠 들어 있는지

이삭성당의 금빛 돔 햇살에 데워지고 네바 강의 얼음물 풀려

오랜 잠에서 깨어 종종 내게 달려오기 전까지 나는 알 수 없구나

 

마법사 라스푸틴의 요사스런 말들만

천 개의 수많은 방 가득 번쩍이는 황금으로 눈 어지러운 겨울궁전

 

그래 돌아가자, 돌아가서 십이연기 윤회의 어느 외진 골목길에서

다시 만나자 이명처럼, 종소리처럼 귓전에 울며 맴도는

음유시인의 노래 나귀 등에 올라타서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배웅 뒤로 하고

 

아나스타샤, 나의 공주 오래 잠든 겨울궁전을 떠나네.

 

-시인광장 2017년 6월호

 

 

 

황상순 시인

 
1954 강원도에서 출생. 

1999년 《시문학》과 《시인정신》으로 등단. 

시집으로

1999년『어름치의 사랑』

​2003년 『사과벌레의 여행』

2016년 『오래된 약속 』

​2015년 한국시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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