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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가 사라진 노래를 부르고 싶었지/ 시-신용목/ 시감상-김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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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1-12 10:03 조회4,253회

본문

 

 

목소리가 사라진 노래를 부르고 싶었지

 

  신용목

    

​

 

목소리처럼 사라지고 싶었지 공중에도 골짜기가 있어서, 눈이 내리고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서 하얗게 사라지고 싶었지

눈은 쌓여서

한 나흘쯤,

그리고 흘러간다 목소리처럼, 그곳에도 공터가 있어서 털모자를 쓰고 꼭 한 사람이 지날 만큼 비질을 하겠지 하얗게 목소리가 쌓이면, 마주 오면 겨우 비켜서며 웃어보일 수 있을 만큼 쓸고

서로 목소리를 뭉쳐 던지며 차가워, 아파도 좋겠다 목소리를 굴려 사람을 만들면,

그는 따뜻할까 차가울까

그러나 사라지겠지 목소리 사이를 걷는다고 믿을 때 이미 목소리는 없고, 서로 비껴서고 있다고 믿을 때 빙긋, 웃어보인다고 믿을 때 모자에서 속절없이 빠져버린 털처럼 아득히 흩날리며 비질이 공중을 쓸고 간다 목소리를 굴려 만든 사람이 있다고 믿을 때……

주저앉고 말겠지 두리번거리며

눈사람처럼

제발 울지는 말자, 네 눈물이 시간을 흘러가게 만든다 두 갈래로 만든다

뺨으로 만든다

네 말이 차가워서 아팠던 날이 좋았네

봄이 오고

목소리처럼, 사라지고 싶었지 계절의 골짜기마다 따뜻한 노래는 있고,

노래가 노래하는 사람을 지우려고 하얗게 태우는 목소리처럼,

한 나흘쯤 머물다

고요로부터 고요에까지 공중의 텅 빈 골짜기를 잠깐 날리던 눈발처럼 아침 공터에서 먼저 녹은 자신의 몸속으로 서서히 익사하는 눈사람처럼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흘러가고 싶었지

그러나 그건 참 멀다, 고개 들면 당인리발전소 커다란 굴뚝 위로 솟아올라 그대로 멈춰버린 수증기처럼 목소리가 사라진 노래처럼.

​

 

 

 

    시감상

 

 

    집단언어 ……점들의 수평이동

​

​

1996년 기하학적으로 세계를 해석하고, 존재들 공통의 언어를 33개로 정리하고 체계화하여 시화한 필자의 제3시집, 『여황의 슬픔』 속에 들어 있는, 필자가 무의식계에서 발견한 29번 째의 언어이다.

​

이 언어의 기본적인 묘사는 "끊어졌다 이어지는 불빛/ 몽상처럼 서있다/나타났다 사라지곤 하는 그대"(『여황의 슬픔 』, p.79)이다.​

 

신용목의 "목소리가 사라진 노래를 부르고 싶었지" 라는 시편 속에 담긴 의미는 "……(점들의 수평이동) "이라는 이 집단언어가 가진 기본적인 의미를 펼쳐놓은 것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지구 상에 있는 모든 존재집단들이 가진 집단언어는 실로 몇 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하등 동물로 내려갈 수록, 무기물로 내려갈 수록 그 집단언어의 숫자가 줄어들 뿐이다.​

​

인간을 포함한 대부분의 동물집단이 가진 생명성이란  "멈춰버린 수증기" 같은 "목소리가 사라진 노래"같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을 붙잡고, 그것을 실제 생명으로 연결하고자 운동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 그 운동의 시간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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