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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가 사라진 노래를 부르고 싶었지/ 시-신용목/ 시감상-김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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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1-12 10:03 조회3,224회

본문

 

 

목소리가 사라진 노래를 부르고 싶었지

 

  신용목

    

 

목소리처럼 사라지고 싶었지 공중에도 골짜기가 있어서, 눈이 내리고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서 하얗게 사라지고 싶었지

눈은 쌓여서

한 나흘쯤,

그리고 흘러간다 목소리처럼, 그곳에도 공터가 있어서 털모자를 쓰고 꼭 한 사람이 지날 만큼 비질을 하겠지 하얗게 목소리가 쌓이면, 마주 오면 겨우 비켜서며 웃어보일 수 있을 만큼 쓸고

서로 목소리를 뭉쳐 던지며 차가워, 아파도 좋겠다 목소리를 굴려 사람을 만들면,

그는 따뜻할까 차가울까

그러나 사라지겠지 목소리 사이를 걷는다고 믿을 때 이미 목소리는 없고, 서로 비껴서고 있다고 믿을 때 빙긋, 웃어보인다고 믿을 때 모자에서 속절없이 빠져버린 털처럼 아득히 흩날리며 비질이 공중을 쓸고 간다 목소리를 굴려 만든 사람이 있다고 믿을 때……

주저앉고 말겠지 두리번거리며

눈사람처럼

제발 울지는 말자, 네 눈물이 시간을 흘러가게 만든다 두 갈래로 만든다

뺨으로 만든다

네 말이 차가워서 아팠던 날이 좋았네

봄이 오고

목소리처럼, 사라지고 싶었지 계절의 골짜기마다 따뜻한 노래는 있고,

노래가 노래하는 사람을 지우려고 하얗게 태우는 목소리처럼,

한 나흘쯤 머물다

고요로부터 고요에까지 공중의 텅 빈 골짜기를 잠깐 날리던 눈발처럼 아침 공터에서 먼저 녹은 자신의 몸속으로 서서히 익사하는 눈사람처럼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흘러가고 싶었지

그러나 그건 참 멀다, 고개 들면 당인리발전소 커다란 굴뚝 위로 솟아올라 그대로 멈춰버린 수증기처럼 목소리가 사라진 노래처럼.

 

 

 

    시감상

 

 

    집단언어 ……점들의 수평이동

1996년 기하학적으로 세계를 해석하고, 존재들 공통의 언어를 33개로 정리하고 체계화하여 시화한 필자의 제3시집, 『여황의 슬픔』 속에 들어 있는, 필자가 무의식계에서 발견한 29번 째의 언어이다.

이 언어의 기본적인 묘사는 "끊어졌다 이어지는 불빛/ 몽상처럼 서있다/나타났다 사라지곤 하는 그대"(『여황의 슬픔 』, p.79)이다.​

 

신용목의 "목소리가 사라진 노래를 부르고 싶었지" 라는 시편 속에 담긴 의미는 "……(점들의 수평이동) "이라는 이 집단언어가 가진 기본적인 의미를 펼쳐놓은 것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지구 상에 있는 모든 존재집단들이 가진 집단언어는 실로 몇 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하등 동물로 내려갈 수록, 무기물로 내려갈 수록 그 집단언어의 숫자가 줄어들 뿐이다.​

인간을 포함한 대부분의 동물집단이 가진 생명성이란  "멈춰버린 수증기" 같은 "목소리가 사라진 노래"같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을 붙잡고, 그것을 실제 생명으로 연결하고자 운동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 그 운동의 시간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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