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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을 덮다/ 김명인-시감상-김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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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1-12 15:15 조회3,775회

본문

김명인(金明仁) : 시인

 

요약: 김명인의 시 세계는 한 마디로 기억의 서사다.(권영민, 장석주)

 

  
          김명인 시인 

 

 

 

출생: 1946, 경상북도 울진

등단: 1973 중앙일보신춘문예 출항제당선

학력: 고려대학교 국어국문과 졸업, 동 대학원 국문학 박사

경력: 고려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역임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교수)

 

 

수상

1992년 김달진문학상

1992년 소월시문학상

1995년 동서문학상

1999년 현대문학상

2001년 이산문학상

2005년 대산문학상

2006년 이형기문학상

2007년 지훈상 문학부문

2010년 편운문학상

2014년 제7회 목월문학상

2016년 한국서정시문학상

 

시집

 

동두천

머나먼 곳 스와니

물 건너는 사람

푸른 강아지와 놀다

바닷가의 장례

길의 침묵

바다의 아코디언

파문

따뜻한 적막

 

시선집: 꽃차례》 《여행자 나무》 《기차는 꽃그늘에 주저앉아

 

 

본지 제1<신작시>에 발표한 시

   수평선을 덮다

 

 

바닥으로 가라앉는 수평선의 가능성을

너는 타진해본 적 있느냐?

좌우간에 세울 자리가 없어서

시야 위로 한 획이듯

수평선은 가로눕는다, 저렇게 많은

결심들 일순에 꺼뜨리며

그 무슨 방심같이 시야를 가둔다

지친 몸을 끌고

너머로 가려 한 사람이 있었다

지금도 가고 있거나

꺾여버린 돛대들,

책을 펼치면 줄글 사이로 그어놓은

그의 문장, 요약적이다

아주 먼 곳까지 끌고 가려던 것,

어둠이 슬그머니 가라앉혀버리는 것.

 

독자들이 좋아하는 김명인 시인의 시 한편

너와집 한 채

     

 

길이 있다면, 어디 두천쯤에나 가서

강원남도 울진군 북면의

버려진 너와집이나 얻어 들겠네, 거기서

한 마장 다시 화전에 그슬린 말재를 넘어

눈 아래 골짜기에 들었다가 길을 잃었네

저 비탈바다 온통 단풍 불 붙을 때

너와집 썩은 나무껍질에도 배어든

연기는 매워서

집이 없는 사람 거기서도 눈물 잣겠네

쪽문을 열면 더욱 쓸쓸해진 개옻 그늘과

문득 죽음과, 들풀처럼 버팅길 남은 가을과

길이 있다면, 시간 비껴

길 찾아가는 사람들 아무도 기억 못하는 두천

그런 산길에 접어들어

함께 불 붙는 몸으로 저 골짜기 가득

구름 연기 첩첩 채워넣고서

 

사무친 세간의 슬픔, 저버리지 못한

세월마저 허물어버린 뒤

주저앉을 듯 겨우겨우 서 있는 저기

너와집,

토방 밖에서 황토흙빛 강아지 한 마리

키우겠네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 어린

처녀의

외간 남자가 되어

아주 잊었던 연모 머리 위의 별처럼

띄워놓고

그 물색으로 마음은 비포장도로처럼 덜컹거리겠네

강원남도 울진군 북면

매봉산 넘어 원당 지나서 두천

따라오는 등뒤의 오솔길도 아주 지우겠네

마침내 돌아서지 않겠네

    

 

김명인 시인의 기억의 서사에 대한 기하학적 해석

                                                     글-김인희

 

   필자는 이 우주 혹은 존재의 욕망이나 무의식을 담은 기하학적 도형에 대해 연구한 바가 있습니다. 형태에 의해 창조와 소멸과 재생을 반복하는 도형들을 열역학과 현대물리학과 구조언어학, 신화학 이론을 토대로 연구한 과학철학에세이 언어게놈 지도를 상재하였습다.(2012시산맥사)

그 이론에 따라 본지에 발표하신 선생님의 신작시 수평선을 덮다에 대한 "기억의 서사"는 기하학적으로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 그 감상평을 적어봅니다.

     

 

시감상

()글 사이로 그어놓은 요약한 문장

      

결핍을 근거로 태어난 존재들, '결핍'은 본래부터 아무것도 없는 존재들이 공통으로 가진 먹이의 이름이다. 그러나 '결핍'은 생명성이라는 운동을 일어나게 하는 원인이므로 결핍은 존재들의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먹이의 이름이 결핍이라니! 그 결핍을 바탕으로 지속되는 운동, 그 운동이 현존재의 운동의 근원이라니! 얼마나 슬프고 아름다운가.

존재들은 '결핍'이라는 짐을 등에 지고 묵묵히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는 흑백의 슬픈 그림자 집단이다. 

그러나 그 고단한 여정에서 덜 지치려고 존재'라는 책에 밑줄을 그어본다. 밑줄을 그은 그의 문장은 요약적이다.” 그러나 밑줄을 긋고 요약한 존재라는 짐, “요약했다고 그 짐의 무게는 덜어졌을까. 그래서 진정으로 덜 지쳤다고 말할 수가 있을까. 밑줄을 긋든 그렇지 않든 누구든지 짐의 무게는 같다. '짐의 무게''엔트로피의 양'과 같고, 그것은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짐의 무게에 짓눌려 끝까지 가지 못한 자에게는 슬픔만 남는다. 끝까지 간 자에게만 아름다움이 더해진다. 그래서 시인은 "아주 먼 곳까지 끌고 가려던 것"이었다. 얼마나 가슴 저리고 먹먹하게 하는 표현인가. 

무의식의 심층, 집단기억 속에 자리한, 반 물질적이며 기하학적인 집단언어*, 그 중에서 수평선에 관해서 필자는 다음과 같이 쓴 적이 있다.

필자는 이러한 존재들의 집단기억을 두 가지로 분류했다.

    

2.    수평선이 있는 원

 

모든 씨앗들 일제히

눈뜨는 소리

그의 눈빛 속

그를 흔드는

내 처음 모습.

 

      

3.  원 밖으로 나온 수평선

 

바닥이 나버린 언어

모랫바람 휘몰아치는 벌판

검은 강줄기. 

                                                -필자의 제3시집,여황의 슬픔(1996) 중에서

      

   김명인 시인의 시 수평선을 덮다는 앞의 두 개의 집단기억 중 아래에 있는, 존재재생을 준비하는 '원 밖으로 나온 수평선'에 관한 집단기억의 묘사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

필자의 의견은 인류는 이제 인류의 미래를 준비해야만 한다. 시간 혹은 에너지재생의 준비를.

"아주 먼 데까지 가려던 것""슬그머니 가라앉혀버리는 것"이었을 지라도, ()를 이제는 인간이 다시 창조하는 자리로 돌아가 일제히 "()의 눈빛 속"에서 "가로 누"운 그와 나를 일으켜 세워 "(혹은 대지) 처음 모습"을 볼 수 있게 준비해야만 한다는 생각이다.

시인 김명인은 "어둠이 슬그머니 가라앉혀버리는 것" 속에서 장차 푸르고 아름답게 뒤덮을 어떤 씨앗이 슬그머니 눈트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마음을 다해 "줄글 사이로 그어놓은 요약적인 그의 문장"이 그것을 잘 드러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                                                                  글- 본지 발행인, 김인희

     

 

*집단언어: 사물을 일반언어로 중개하는 중개언어(필자의 언어게놈 지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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