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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지-이승희-시감상-김인희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06-26 15:30 조회3,067회

본문

꼭지

 

이승희

 

 

잎 진 자리

씨앗이 한 생을 마무리하고 떠나간 자리

떠난 것들의 아주 오래된 그림자

속으로

 

깊디깊은 연못

거기서 놀던 수천 수만의 물고기

지금 어디서 지느러미 쉬고 있는가

 

그 연못 속으로 오랫동안 몸 부딪혀 오는 잔물결 같은

검은 연못

 

 

 

시감상

 

2330, , '잎 진 자리'를 바라보며 떠난 것들 앞에 앉아 있다. 컴퓨터의 전원을 끄고 검은 연못같은 모니터 앞에서 잠시 머뭇거린다. 심연을 알 수 없는 깊디깊은 씨앗의 세계, 하드로 나의 기억은 돌아갔다. 엔트로피 최소의 지점, 시각 제로(0)의 지대, 다시 한 생을 살아갈 에너지 총량의 저장고로 돌아간 것.

 

"에너지 총량의 저장고"는 프로이드 식으로 말하면 이드, 기독교 사상이나 레비 스트로스, 라캉의 용어를 빌려 말하면 아들이 가장 이상적인 욕망실현을 위한 조건, 아버지와의 동일화에 성공한 자리이다. 하지만 물리학적 용어를 빌려 말하면 블랙홀이 된 것이고, 보통사람들의 표현으로 말하면 그 곳은 죽음의 자리이다. 하지만 그 죽음의 자리는 어디까지나 재생, 부활, 새로운 발화가 전제되는 자리이다.

 

어디서 왔을까? /무엇일까? /어디에 있지? /어떻게 가지? /누구나 갈 수 있을까...?

 

씨앗이 꽃을 피우고 다시 씨앗, ‘검은 연못으로 돌아왔을 때, 꽃의 하드디스크인 씨앗에 그 모든 의문에 대한 해답이 적힌다. 잎 진 자리, 모니터와 하드를 이어주는 인터페이스(interface) 앞에서 푸른 '지느러미' 흔들며 헤엄쳐 다니던 때의 기억을 잊지 못한다. 잊지 않는다. 잊어질 수가 없다. 뫼비우스 띠의 병목 부분을 통과한 기억은, 내일이면 다시 모니터 위에 꽃으로 피어날 것이다, 똑같이 닮았지만 다른 길을 통해.

 

'잎 진 자리'는 라캉의 용어를 빌려 말하면 '상징계와 상상계가 뒤섞인 의미의 저항선이다. 이 의미의 저항선은 라캉이 말하는 오이디푸스 단계(꽃씨가 눈을 트는 단계)에서 만들어진다. 말하자면 대타자(어머니-대자연)와의 근친상간적 욕망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아이가 그 욕망(씨앗)을 무의식(연못, 혹은 하드디스크) 깊은 곳에 내장시킬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따라서 '잎 진 자리', 인터페이스, 꼭지는 상처이다. 그 상처는 우주를 운행시키는 둥근 비밀의 문이며 에너지를 소생시키는 생명의 출구이다.   - . 김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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